독서

섹스토닌

2021. 1. 3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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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하나 봤다.
요즘 다이어트. 금욕. 등 절제하는 삶에 관심이 많아서 거기에 관련된 책을 찾고 있었다.
한참 찾다가, 금욕을 하면 ‘세로토닌’이라는 우울감에서 벗어나게 하고 자신감을 생기게 해주는 호르몬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곧바로 네이버에 ‘세로토닌’이라고 검색을 하니 책이 하나 나오길래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사면서 책에 기대했던 점은 금욕을 하면 좋은 점과 세로토닌이 일상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들을 파헤치는 것이었다.
책을 펼쳤고.
순식간에 100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었다.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정작 기대했던 방향과는 정반대의 내용이었다.



“그건 여자를 자아도취 상태에 빠뜨리는, 다수의 페니스가 한 여자에게 대령된 특수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용두질 하고 있는 남자들한테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여자가 최고조의 흥분을 느끼는 상황 말이다.”

 

화자는 정말 무기력한 어투로 내내 페이지를 집어삼켰고, 책에 쓰인 표현들은 읽는 내내 글자로 써 내려간 포르노를 보는 듯했다.

 

 


“남성으로서의 자존심에 금이 갔고, 무엇보다 그녀가 과연 그 모든 페니스를 나의 것만큼 똑같이 좋아했을까,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


진짜 골 때린다. 하지만 나는 이런 책들을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 이번에 읽으면서도 느꼈다. 진짜 존나 재밌다. 책을 읽은 지 이틀, 시간으로 따지면 3시간 만에 나는 314 페이지의 여정을 마칠 걸 책의 첫 장을 이미 펼친 순간부터

 

는 몰랐다.

 

 


“여성이 창조한 열정의 소용돌이와 쾌락에 빠져든다. 여성에게서 받은 엄청난 쾌락이 남성을 차츰 변화시킨다. 남성은 감사하고, 탄복하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자신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칸트가 말한 존중의 영역에 접근한다. 남성은 점차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게 되고, 이제 여자 없는 삶이 결정적으로 불가능해진다. “

 

책에서는 대부분 사랑에 대해 다룬다. 화자가 남성이므로 남자의 입장에서 다소 편협된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필터 없이 얘기하지만 이런 솔직한 부분들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고 편하게 느껴졌다.

문구가 마음에 든다. 내 인생도 작년, 올해 들어서도 변화가 정말 많은데, 한 사람이 끼친 비중이 거의 90%라 봐도 무방할 정도인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도시가 생겨났고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바로 고독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직 짝을 이루는 것만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었다. "

 

어느 정도 동의한다. 지금의 이 생활 속에서 선, 후임, 동기들과 전우애를 느끼고, 하루하루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해 가는 걸 보면서 정말 재밌게 생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진짜로 행복하다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꼬추들이라 그런가.

 

 

 

“나는 각국의 젊은 여자들과 육체관계를 맺었고, 사랑은 서로 차이점을 기반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며 비록 깊이 파고들면 누가 됐든 무수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해도 원칙적으로 비슷한 사람끼리는 절대 사랑에 빠질 수 없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

일단 부럽다.

 

농담이고, 되게 재밌는 말이다.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더욱더 잘 맞을 거라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 말도 되게 일리 있다. 요즘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어떤 사람의 한 모습이 마음에 안들 때가 있는데 그 이유를 잘 생각해보면 내가 싫어하는 나의 단점일 때가 되게 많았다.

 

서로 다른 점이 있기에 이해에 대해 알아가고 성숙해지며 사랑과 연애가 재밌어지는 게 아닐까? 평탄하고 온화한 연애가 탄탄대로지만 재미없는 거처럼, 그렇다고 너무 불꽃 튀는 연애는 오히려 독이 되지만 그 맛에 중독되는 것처럼(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중간을 잘 만드는 것도 자신의 능력인 것 같다. 

 

 

 

“그들의 40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

 

화자의 아버지가 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자,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40주년 결혼기념일에 침대 위에서 같이 세상을 떠난 사건이 발생한다.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또 그만큼 사랑을 인생에 있어 가장 우선순위에 둘 수 있도록 용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모든 준비가 다 됐을 때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랑을 하고 있을 때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을까?

 

 

 

“카미유에 대한 기억은 강박처럼, 잃어버린 낙원처럼 줄곧 그의 삶을 지배해왔고, 다시 누릴 수 없기에 고통이다. “ 

 

가슴이 미어진다. 

 

 


“죽은 여자의 음부에 코를 처박으러 간 격. “


닫힌 결말의 전 애인에게 다시 돌아가는 꼴.

 

 


“더는 그 모든 것에 상관없이 내 눈에 그녀는 거미, 내게 하루하루 치명적인 마비성 독을 주입하는 독거미로 보였다. 하루속히 내 삶에서 그녀를 내보내야 했다. “

 

“프랑스에서 매년 만이천 명 이상이 가족을 등진 채 사라지기를 택했고, 때로는 세상 반대편 끝에서, 때로는 같은 도시에서 새 삶을 꾸렸다. “

 

통제 아래의 삶이다. 정신병에 걸리는 상황이야 말로 내 선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을까. 내 몸 하나도 내 통제 하에 못 가누는 인생이니깐 도피를 피할 수 없겠지.

나 역시도 그랬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의 나이에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었다. “

 

문뜩 100세 인생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오래 살아서 뭐 할까. 아직 별 다른 이유를 못 찾겠다.

다들 "건강, 건강"하지만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서 즐겁게 가는 게 어쩌면 좋은 인생일 수도.

물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래오래 정정하셨으면 좋겠지만..

 

쓰ㅇ...읍..   하......    외롭다.

 

 


“세로토닌은 자아존중감과 그룹 내 타인의 인정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으로.., “

 

세로토닌에 대해 알고 싶어서 샀지만 뒷구멍 얘기가 나왔고, 너무 재밌어서 오래간만에 몰입감 있게 읽은 책이었다. 적나라한 표현들이 인상 깊었고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빠꾸 없는 스타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노예로 살기보다 통제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게 안되니깐 인생이 쉽지 않은 거겠지 바보야.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컨트롤 가능. 

 

사실 성욕이 미치게 끌어 올라서 요거 좀 컨트롤해보자라는 생각이 요즘 큰 관심사다. 건강한 건지 변태새낀 건지 둘 중 하나겠지만, 혼자서 해결하는 짓에 더 자괴감이 들기 시작해서 그냥 요놈이랑 맞다이 깐 지 벌써 2주 좀 넘짓했다.

 

일단 지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집중력이 좋아졌다는 것.

엉덩이 붙이고 컴퓨터 키보드랑 씨름하는 것도 게임 빼고는 나한테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오늘도 보면 2시간 넘게 쭉 앉아 있었다.

 

또 확실히 피곤함을 덜 느낀다는 것.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의욕도 전보다 더 생기고 지속적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붙었다.

 

다 필요 없고 연애하고 싶어. 휴가 나가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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